Tourist

오스트리아에서 온
편지

Life + Live

Tourist

오스트리아에서 온
편지

Life + Live

시청 앞 크리스마스 마켓. 한달 내내 화려한 조명과 사람들로 설레는 풍경이 조성된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편지

크리스마스
캐럴이
가득 울려퍼지는
예술의 도시

비엔나 크리스마스 마켓

여기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입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금, 도시 전체는 축제 분위기로 들썩이고 있습니다. 거리는 형형색색의 전구들로 빛나고 쇼윈도는 온통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화려합니다. 곳곳에 울려퍼지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듣다보면 마음이 한 뼘은 붕 뜨는 것 같습니다.

글·사진 최갑수(여행작가)

01·02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살 수 있는 다양한 크리스마스 장식물.

Dear. 한라인

공항을 빠져나온 버스가 도심으로 들어섰어요.
부에노스아이레스 야경은
휘핑크림을 듬뿍 올린 카페모카처럼 달콤했죠.
차가운 공기가 전해주는 촉감은
한국 늦가을처럼 고즈넉했고,
고풍스러운 건물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은 따스했어요.
한산한 거리 어디쯤에서 감미로운 바이올린
선율이 흐르고 있을 것만 같은 거리.
밤거리처럼 짙은 빛깔의 와인과
땅고가 있는 나라 아르헨티나 여정은
그렇게 잔잔하게 시작됐어요.
한라인, 그대로부터
가장 먼 아르헨티나로 같이 떠나 봐요.


From. 김동우

03 크리스마스 마켓을 찾은 관광객들.

해마다 겨울의 초입에 들어서면 유럽 전역은 떠들썩해집니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기 때문이죠. 크리스마스 마켓은 말 그대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열리는 시장인데 대개 11월 말쯤 시작돼 12월 25일께 끝납니다.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와 릴, 독일의 드레스덴, 아헨, 뉘른베르크, 영국의 멘체스터, 벨기에의 브뤼셀, 체코의 프라하 등이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한 도시입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도 빠지지 않습니다. 해마다 ‘크리스마스 마켓 베스트 10’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곤 하죠.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시장
비엔나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모두 몇 개나 있을까요?
놀라지 마시길. 무려 50개나 있답니다. 아마도 한 도시에 이처럼 많은 마켓이 열리는 곳은 전 세계에서 빈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어요.
커다란 광장 앞에 세워지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부터 시 외곽의 작은 골목에 들어서는 소소하고 다정한 크리스마스 마켓까지, 저마다 다양한 특색을 자랑하는 마켓이 들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연출한답니다.
마음 같아선 모두 다 돌아보고 싶지만 시간이 없으니 그럴 수도 없는 일. 그렇다면 가장 크고 역사가 깊은 곳을 돌아보는 게 낫겠죠. 자, 그럼 시청 앞에 들어서는 마켓으로 가볼까요? 150여 개의 상점이 신고딕양식의 멋진 시청사 앞 광장을 가득 채우는데, 비엔나 시민들과 전 유럽에서 모여든 관광객이 뒤섞여 떠들썩하고 흥겨운 분위기를 빚어낸답니다. 물론 한국인 관광객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죠. “유럽에는 수많은 크리스마스 마켓이 있지만 단언컨대, 이곳 비엔나가 가장 아름다울 거예요.” 저녁 무렵 상점 앞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쓸 워터볼을 고르던 바바라 슈나우더 씨가 사진을 찍고 있는 저를 보고 이렇게 말하더군요. “신나는 캐럴과 공예품, 번쩍이는 전등까지 모든것이 황홀해요. 전 이십년 째 비엔나에 살고 있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의 비엔나는 언제나 절 설레게 하죠.”
상점마다 파는 물건들도 다양해서 군밤이며 크리스마스 인형, 트리 장식을 위한 전구, 전통 공예품, 사탕과 젤리, 벌꿀양초 등등 없는 게 없답니다. 게다가 하나같이 아기자기하고 예뻐서 돈만 있다면 시장을 통째로 사오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물론 구경만 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요.

번쩍이는 크리스마스트리를 지나 이 마켓에서 저 마켓으로 돌아다니다보면 정말로 산타 할아버지를 만날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죠.
어른들이 크리스마스 선물과 장식품을 고르느라 열중하는 사이, 아이들은 회전목마를 타며 즐겁게 놀고있답니다. 아참, 시청 안에는 아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워크샵이 마련된답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참여해보시길.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손수 크리스마스 쿠키를 구울 수 있고요. 크리스마스카드와 트리에 매달 장식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답니다. 세계 여러 나라 아이들과 어울려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며보는 일, 생각만 해도 설레는군요.
비엔나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많지만 하나같이 저마다 독특한 특색을 지니고 있답니다. 자연사 박물관과 미술사 박물관 사이에 위치한 마리아 테레지아 크리스마스 빌리지는 양 편에 자리한 바로크 양식의 웅장한 건물 때문인지 중세 시대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칼스플라츠 아트&크래프트 마켓은 아름다운 수공예품이 많기로 소문난 곳이죠. 스피텔베르크 마켓에서는 비엔나의 예술가들이 만든 소품을 살수 있답니다. 다양한 유리공예와 사진 작품 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고요. 이곳을 구경하며 돌아다니다 이 지역 사진작가가 십여 년에 걸쳐 찍은 성슈테판 성당의 사진을 단돈 50유로에 사기도 했답니다. 지금도 제 책상 앞에 그 사진이 붙어 있습니다. 그는 손수 인쇄한 엽서를 선물로 건네주기도 했어요.
음식에 관심이 많다면 암호프 마켓으로 가보세요. 인근 헝가리와 체코, 이탈리아 등에서 건너온 상인들이 만든 독특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랍니다.

(좌)04 시청 앞 크리스마스 마켓이 비엔나에서 가장 크다.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어울려 크리스마스를 즐긴다.
(우)05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진 비엔나 거리.

06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다양한 오스트리아 음식을 시식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즈음이면 다들 인심도 후해져서 시식용 음식을 끝도 없이 내줘요. 시장을 돌아다니며 시식만 했는데도 배가 부를 정도였어요.
혹시 글뤼바인을 아시는지요. 와인에 계피 등을 넣고 데운 전통 음료인데, 홀짝거리며 마시다보면 차가워진 몸이 스르르 녹아들며 크리스마스 마켓이 한 층 더 낭만적으로 느껴진답니다.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미술 컬렉션
비엔나라는 도시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뭘까요. 전 ‘예술’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실제로 어마어마한 미술품이 있는 도시가 바로 비엔나입니다.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1273년 루돌프 1세를 시작으로 1918년 카를 1세에 이르기까지, 무려 645년 동안 유럽의 절반을 지배했던 합스부르크(Habsburg) 왕가는 빈을 본거지로 삼았고 대대로 어마어마한 미술품을 수집했습니다. 지금이야 합스부르크 왕조는 패망했고 오스트리아 역시 유럽의 소국에 불과하죠. 하지만 그들이 남긴 문화의 향기는 아직도 빈 시내 곳곳에 남아 이 도시의 고고함과 우아함을 여전히 유지시켜주고 있답니다.
이 합스부르크 왕가의 영광을 고스란히 전시해놓은 곳이 미술사박물관입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컬렉션을 모아놓은 곳이죠.

이곳의 소장품이 얼마나 거대한 규모인가 하면, 100여 분의 러닝타임 동안 전체 내용의 3분의 2 이상이 빈 미술사박물관을 무대로 삼은 ‘뮤지엄 아워스’라는 영화가 있을 정도죠. 영화의 줄거리는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사촌 동생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 비엔나로 향한 주인공 앤이 미술사박물관에서 안내원으로 일하고 있는 요한을 우연히 만나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는 것이 내용의 전부죠.
‘에이, 설마’ 하시는 분이 있겠죠. 그런데 미술사박물관에 발을 들여놓으면 이 말도 안되는 영화가 정말로 가능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4세기부터 18세기까지 세계 미술사를 아우르는 눈부신 회화 작품들과 조각 및 공예품, 고대 이집트 유물 사이를 걸어 다니다 보면 하루는커녕 일주일도 턱없이 부족하겠더라고요.
한국인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은 벨베데레 궁전입니다. 아마 다녀오신 분들도 많으실 거예요. 빈 남동쪽에 위치한 바로크양식의 궁전이죠. 이곳이 비엔나 여행의 필수코스로 꼽히는 가장 큰 이유는 오스트리아가 배출한 거장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원작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제 짧은 필력으로는 이 그림과 실제로 마주하는 감동을 표현할 수 없어 죄송합니다. 그냥 그림 앞에 서면 숨이 턱 하고 막힙니다. 온몸을 덮쳐오는 감동은 상상이상이죠. 머릿속이 황금빛으로 온통 물드는 것만 같은 압도적이고 기이한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07 빈의 유력자 오이겐 폰 사보이 공이 여름 별궁으로 사용하던 벨베데레 궁전.
클림트의 작품 ‘키스’를 볼 수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좌)08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에 자리한 미술사박물관을 방문하면, 자유롭게 둘러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중간)09 비엔나 시내를 운행하는 관광용 마차.
(우)10 비엔나 거리의 악사.

11 빈 필하모닉 연주회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들어야 한다.

Travel Tip
비엔나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은 비너 슈니첼입니다. 우리나라 돈가스와 비슷한데 송아지 고기를 납작하고 얇게 다진 뒤 밀가루와 계란, 빵가루를 입혀 기름에 튀겨낸 것이랍니다. 여기에 레몬즙을 뿌려 먹습니다. 그리고 ‘멜랑쥐’라는 커피가 유명하죠. 우리가 흔히 부르는 ‘비엔나 커피’입니다. 시청 앞에 자리한 ‘카페 란트만’은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단골로 찾았던 곳이랍니다. 카페 스펄은 1880년 문을 연 카페로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두 1 주인공이 마음을 고백했던 바로 그곳입니다. 바로크풍의 실내장식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죠..

제 옆 관객은 눈물을 훌쩍이더군요. 박물관 안은 촬영 금지인데, 굳이 촬영금지 표지를 붙여놓지 않아도 될듯 하더라고요. 셔터를 누를 생각조차 들지 않는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현대미술을 논할 때 클림트와 함께 이야기할 예술가가 한 명 더 있죠. 눈치 채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네, 맞습니다. 에곤 실레입니다. 스물여덟이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천재죠. 그의 작품이 레오폴트 미술관에 있답니다. 박물관의 원주인이자 미술애호가였던 루돌프 레오폴트의 이름을 따서 만든 곳인데 실레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곳입니다. 상설전시외에도 근현대 미술과 관련한 특별 전시회가 자주 열리기에 빈 시민들도 새 전시를 보기 위해 미술관을 수시로 방문한다고 하더라고요.
현대미술을 좋아하신다면 알베르티나미술관을 추천해드립니다. 신디 셔먼, 모리야마 다이도 등 현대 사진 거장들의 작품을 오리지널 프린트로 만날 수 있는데 저는 이 미술관에 가장 오래 있었답니다.

어깨 위를 흐르는 왈츠의 선율
비엔나 하면 음악 이야기를 또 안할 수 없죠. 슈베르트, 요한 슈트라우스 부자, 쇤베르크 등등 우리가 가장 흔히 들었던 위대한 음악가들이 태어난 곳이 이곳 비엔나에요. 모차르트, 베토벤, 하이든, 브람스, 말러와 같은 유명 작곡가들도 비엔나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비엔나에서는 꼭! 무조건! 반드시! 무지크페라인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어보시라고 권해드립니다. 정말 놓치기에 아까운 기회죠. 빈필이 들려주는 요한 스트라우스의 왈츠를 듣다보니 절로 어깨가 들썩이더라구요. 빈의 오페라 극장은 좌석에 앉아 보려면 정장을 입어야 하는데, 입석표를 사면 자유로운 복장으로도 음악 감상이 가능하답니다. 요금도 저렴해서 4유로 정도 밖에 안합니다. 공연시간 약 2시간 전에 가면 입석표를 구할 수 있다는 사실. 모차르트의 팬이라면 슈테판 대성당 뒷편에 자리한 휘가로 하우스(Higarohaus)에 가보세요. 모차르트가 ‘휘가로의 결혼’, ‘돈주앙’을 작곡하기 위해 머물렀던 곳인데, 모차르트는 이곳에서 1784년부터 1787년까지 살았다고 하네요.

시청 앞 크리스마스 마켓. 한달 내내 화려한 조명과 사람들로 설레는 풍경이 조성된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편지

크리스마스
캐럴이
가득 울려퍼지는
예술의 도시

비엔나 크리스마스 마켓

여기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입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금, 도시 전체는 축제 분위기로 들썩이고 있습니다. 거리는 형형색색의 전구들로 빛나고 쇼윈도는 온통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화려합니다. 곳곳에 울려퍼지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듣다보면 마음이 한 뼘은 붕 뜨는 것 같습니다.

글·사진 최갑수(여행작가)

01·02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살 수 있는 다양한 크리스마스 장식물.

Dear. 한라인

공항을 빠져나온 버스가 도심으로 들어섰어요.
부에노스아이레스 야경은
휘핑크림을 듬뿍 올린 카페모카처럼 달콤했죠.
차가운 공기가 전해주는 촉감은
한국 늦가을처럼 고즈넉했고,
고풍스러운 건물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은 따스했어요.
한산한 거리 어디쯤에서 감미로운 바이올린
선율이 흐르고 있을 것만 같은 거리.
밤거리처럼 짙은 빛깔의 와인과
땅고가 있는 나라 아르헨티나 여정은
그렇게 잔잔하게 시작됐어요.
한라인, 그대로부터
가장 먼 아르헨티나로 같이 떠나 봐요.


From. 김동우

03 크리스마스 마켓을 찾은 관광객들.

해마다 겨울의 초입에 들어서면 유럽 전역은 떠들썩해집니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기 때문이죠. 크리스마스 마켓은 말 그대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열리는 시장인데 대개 11월 말쯤 시작돼 12월 25일께 끝납니다.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와 릴, 독일의 드레스덴, 아헨, 뉘른베르크, 영국의 멘체스터, 벨기에의 브뤼셀, 체코의 프라하 등이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한 도시입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도 빠지지 않습니다. 해마다 ‘크리스마스 마켓 베스트 10’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곤 하죠.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시장
비엔나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모두 몇 개나 있을까요?
놀라지 마시길. 무려 50개나 있답니다. 아마도 한 도시에 이처럼 많은 마켓이 열리는 곳은 전 세계에서 빈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어요.
커다란 광장 앞에 세워지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부터 시 외곽의 작은 골목에 들어서는 소소하고 다정한 크리스마스 마켓까지, 저마다 다양한 특색을 자랑하는 마켓이 들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연출한답니다.
마음 같아선 모두 다 돌아보고 싶지만 시간이 없으니 그럴 수도 없는 일. 그렇다면 가장 크고 역사가 깊은 곳을 돌아보는 게 낫겠죠. 자, 그럼 시청 앞에 들어서는 마켓으로 가볼까요? 150여 개의 상점이 신고딕양식의 멋진 시청사 앞 광장을 가득 채우는데, 비엔나 시민들과 전 유럽에서 모여든 관광객이 뒤섞여 떠들썩하고 흥겨운 분위기를 빚어낸답니다. 물론 한국인 관광객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죠. “유럽에는 수많은 크리스마스 마켓이 있지만 단언컨대, 이곳 비엔나가 가장 아름다울 거예요.” 저녁 무렵 상점 앞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쓸 워터볼을 고르던 바바라 슈나우더 씨가 사진을 찍고 있는 저를 보고 이렇게 말하더군요. “신나는 캐럴과 공예품, 번쩍이는 전등까지 모든것이 황홀해요. 전 이십년 째 비엔나에 살고 있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의 비엔나는 언제나 절 설레게 하죠.”
상점마다 파는 물건들도 다양해서 군밤이며 크리스마스 인형, 트리 장식을 위한 전구, 전통 공예품, 사탕과 젤리, 벌꿀양초 등등 없는 게 없답니다. 게다가 하나같이 아기자기하고 예뻐서 돈만 있다면 시장을 통째로 사오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물론 구경만 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요.

번쩍이는 크리스마스트리를 지나 이 마켓에서 저 마켓으로 돌아다니다보면 정말로 산타 할아버지를 만날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죠.
어른들이 크리스마스 선물과 장식품을 고르느라 열중하는 사이, 아이들은 회전목마를 타며 즐겁게 놀고있답니다. 아참, 시청 안에는 아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워크샵이 마련된답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참여해보시길.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손수 크리스마스 쿠키를 구울 수 있고요. 크리스마스카드와 트리에 매달 장식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답니다. 세계 여러 나라 아이들과 어울려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며보는 일, 생각만 해도 설레는군요.
비엔나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많지만 하나같이 저마다 독특한 특색을 지니고 있답니다. 자연사 박물관과 미술사 박물관 사이에 위치한 마리아 테레지아 크리스마스 빌리지는 양 편에 자리한 바로크 양식의 웅장한 건물 때문인지 중세 시대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칼스플라츠 아트&크래프트 마켓은 아름다운 수공예품이 많기로 소문난 곳이죠. 스피텔베르크 마켓에서는 비엔나의 예술가들이 만든 소품을 살수 있답니다. 다양한 유리공예와 사진 작품 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고요. 이곳을 구경하며 돌아다니다 이 지역 사진작가가 십여 년에 걸쳐 찍은 성슈테판 성당의 사진을 단돈 50유로에 사기도 했답니다. 지금도 제 책상 앞에 그 사진이 붙어 있습니다. 그는 손수 인쇄한 엽서를 선물로 건네주기도 했어요.
음식에 관심이 많다면 암호프 마켓으로 가보세요. 인근 헝가리와 체코, 이탈리아 등에서 건너온 상인들이 만든 독특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랍니다.

(좌)04 시청 앞 크리스마스 마켓이 비엔나에서 가장 크다.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어울려 크리스마스를 즐긴다.
(우)05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진 비엔나 거리.

06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다양한 오스트리아 음식을 시식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즈음이면 다들 인심도 후해져서 시식용 음식을 끝도 없이 내줘요. 시장을 돌아다니며 시식만 했는데도 배가 부를 정도였어요.
혹시 글뤼바인을 아시는지요. 와인에 계피 등을 넣고 데운 전통 음료인데, 홀짝거리며 마시다보면 차가워진 몸이 스르르 녹아들며 크리스마스 마켓이 한 층 더 낭만적으로 느껴진답니다.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미술 컬렉션
비엔나라는 도시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뭘까요. 전 ‘예술’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실제로 어마어마한 미술품이 있는 도시가 바로 비엔나입니다.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1273년 루돌프 1세를 시작으로 1918년 카를 1세에 이르기까지, 무려 645년 동안 유럽의 절반을 지배했던 합스부르크(Habsburg) 왕가는 빈을 본거지로 삼았고 대대로 어마어마한 미술품을 수집했습니다. 지금이야 합스부르크 왕조는 패망했고 오스트리아 역시 유럽의 소국에 불과하죠. 하지만 그들이 남긴 문화의 향기는 아직도 빈 시내 곳곳에 남아 이 도시의 고고함과 우아함을 여전히 유지시켜주고 있답니다.
이 합스부르크 왕가의 영광을 고스란히 전시해놓은 곳이 미술사박물관입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컬렉션을 모아놓은 곳이죠.

이곳의 소장품이 얼마나 거대한 규모인가 하면, 100여 분의 러닝타임 동안 전체 내용의 3분의 2 이상이 빈 미술사박물관을 무대로 삼은 ‘뮤지엄 아워스’라는 영화가 있을 정도죠. 영화의 줄거리는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사촌 동생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 비엔나로 향한 주인공 앤이 미술사박물관에서 안내원으로 일하고 있는 요한을 우연히 만나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는 것이 내용의 전부죠.
‘에이, 설마’ 하시는 분이 있겠죠. 그런데 미술사박물관에 발을 들여놓으면 이 말도 안되는 영화가 정말로 가능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4세기부터 18세기까지 세계 미술사를 아우르는 눈부신 회화 작품들과 조각 및 공예품, 고대 이집트 유물 사이를 걸어 다니다 보면 하루는커녕 일주일도 턱없이 부족하겠더라고요.
한국인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은 벨베데레 궁전입니다. 아마 다녀오신 분들도 많으실 거예요. 빈 남동쪽에 위치한 바로크양식의 궁전이죠. 이곳이 비엔나 여행의 필수코스로 꼽히는 가장 큰 이유는 오스트리아가 배출한 거장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원작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제 짧은 필력으로는 이 그림과 실제로 마주하는 감동을 표현할 수 없어 죄송합니다. 그냥 그림 앞에 서면 숨이 턱 하고 막힙니다. 온몸을 덮쳐오는 감동은 상상이상이죠. 머릿속이 황금빛으로 온통 물드는 것만 같은 압도적이고 기이한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07 빈의 유력자 오이겐 폰 사보이 공이 여름 별궁으로 사용하던 벨베데레 궁전.
클림트의 작품 ‘키스’를 볼 수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좌)08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에 자리한 미술사박물관을 방문하면, 자유롭게 둘러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중간)09 비엔나 시내를 운행하는 관광용 마차.
(우)10 비엔나 거리의 악사.

제 옆 관객은 눈물을 훌쩍이더군요. 박물관 안은 촬영 금지인데, 굳이 촬영금지 표지를 붙여놓지 않아도 될듯 하더라고요. 셔터를 누를 생각조차 들지 않는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현대미술을 논할 때 클림트와 함께 이야기할 예술가가 한 명 더 있죠. 눈치 채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네, 맞습니다. 에곤 실레입니다. 스물여덟이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천재죠. 그의 작품이 레오폴트 미술관에 있답니다. 박물관의 원주인이자 미술애호가였던 루돌프 레오폴트의 이름을 따서 만든 곳인데 실레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곳입니다. 상설전시외에도 근현대 미술과 관련한 특별 전시회가 자주 열리기에 빈 시민들도 새 전시를 보기 위해 미술관을 수시로 방문한다고 하더라고요.
현대미술을 좋아하신다면 알베르티나미술관을 추천해드립니다. 신디 셔먼, 모리야마 다이도 등 현대 사진 거장들의 작품을 오리지널 프린트로 만날 수 있는데 저는 이 미술관에 가장 오래 있었답니다.

어깨 위를 흐르는 왈츠의 선율
비엔나 하면 음악 이야기를 또 안할 수 없죠. 슈베르트, 요한 슈트라우스 부자, 쇤베르크 등등 우리가 가장 흔히 들었던 위대한 음악가들이 태어난 곳이 이곳 비엔나에요. 모차르트, 베토벤, 하이든, 브람스, 말러와 같은 유명 작곡가들도 비엔나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비엔나에서는 꼭! 무조건! 반드시! 무지크페라인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어보시라고 권해드립니다. 정말 놓치기에 아까운 기회죠. 빈필이 들려주는 요한 스트라우스의 왈츠를 듣다보니 절로 어깨가 들썩이더라구요. 빈의 오페라 극장은 좌석에 앉아 보려면 정장을 입어야 하는데, 입석표를 사면 자유로운 복장으로도 음악 감상이 가능하답니다. 요금도 저렴해서 4유로 정도 밖에 안합니다. 공연시간 약 2시간 전에 가면 입석표를 구할 수 있다는 사실. 모차르트의 팬이라면 슈테판 대성당 뒷편에 자리한 휘가로 하우스(Higarohaus)에 가보세요. 모차르트가 ‘휘가로의 결혼’, ‘돈주앙’을 작곡하기 위해 머물렀던 곳인데, 모차르트는 이곳에서 1784년부터 1787년까지 살았다고 하네요.

11 빈 필하모닉 연주회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들어야 한다.

Travel Tip
비엔나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은 비너 슈니첼입니다. 우리나라 돈가스와 비슷한데 송아지 고기를 납작하고 얇게 다진 뒤 밀가루와 계란, 빵가루를 입혀 기름에 튀겨낸 것이랍니다. 여기에 레몬즙을 뿌려 먹습니다. 그리고 ‘멜랑쥐’라는 커피가 유명하죠. 우리가 흔히 부르는 ‘비엔나 커피’입니다. 시청 앞에 자리한 ‘카페 란트만’은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단골로 찾았던 곳이랍니다. 카페 스펄은 1880년 문을 연 카페로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두 1 주인공이 마음을 고백했던 바로 그곳입니다. 바로크풍의 실내장식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죠..

2019-12-06T07:19:10+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