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Salon

철강과 유리,
세로의 건축을 실현하다

Life + Live

“자, 어서 도시를 세우고 그 가운데에 탑을 쌓자. 탑 꼭 대기가 하늘에 닿게 해 우리의 이름이 날려 흩어지지 않게 하자.”

『구약』 창세기 11장에 등장하는 바벨탑 건설에 얽힌 이야기의 일부다.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 돌 대신 벽돌을 쓰고 흙 대신 역청(천연 탄화수소 화합물 전체를 일컫는 말로 당시에는 송진이 유력함)을 사용해 단단하고 높은 건축물을 지었다. 신은 이를 자신에 대한 도전이라 여기고 인간들이 서로 다른 부족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하는 벌을 내려 뿔뿔이 흩어지게 했다는 게 이야기의 줄거리다.

박선욱 경남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출처 『퇴근길 인문학 수업 : 전진』

「구약」 창세기에 등장하는 바벨탑

문명의 탄생 후 인간의 역사는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실제 지었다고 전해지는 바벨탑은 세로의 건축을 시도한 첫 번째 사건으로 기억된다.
지난 2,000년 역사에서 종교 교리는 사회규범이자 가치관으로 굳어졌다. 따라서 근대 이전까지 높은 건물을 세우는 일은 신을 거역하는 행위로 간주되었다. 건축물이 권력의 상징이던 중세시대에 가장 높았던 건축물이 교회 첨탑 정도에 불과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본주의가 부활한 르네상스시대를 지나 과학기술 혁명과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산업혁명 이후부터 건축물은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변화의 물결은 건축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는데, 고전주의·양식주의·자연주의 및 구조주의 포스트모던·포퓰리즘 등의 사조들이 지나가면서 근대화로 넘어가게 된다. 상업과 교통, 그리고 물류의 발달로 인구가 몰리면서 도시가 빠른 속도로 팽창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공장, 대규모 상점, 물류창고 등 새로운 건물이 필요하게 됐고 금융과 행정 등 공공시설과 더불어 주택단지도 들어섰다.
사회 변화는 건축의 내용과 방법, 기술에도 변화를 가져왔고 용도와 기능에 맞는 건축물을 세울 수 있게 됐다. 과거와 달리 대형 건축물이 건설됐으며 빠른 속도로 산업화 도시를 형성하게 됐다. 시야에 들어올 정도의 차분하고 단정했던 높이와 면적에서 벗어나 더 크고 더 높은 건축물이 들어설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 것이다.
이의 일환으로 프랑스 파리에 세워진 300미터 높이의 에펠탑은 건축물의 세로 확장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파리 마르스 광장에 건설된 에펠탑은 당시 프랑스의 기술적 진보의 상징이 된 구조물로, 총 1만 톤에 달하는 철골로 세워졌다.

높이의 건축이 가능하게 된 데는 강철과 유리 등 재료공학적 기술 발전의 힘이 컸다. 이 두 가지는 현대건축의 구조와 형태를 실현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불순물을 제거하는 제강기술의 발달로 탄소를 줄인 강철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건축물 전면에 유리를 세우는 현대적 건축공법이 개발되면서 조립식 건설의 시대가 열렸다. 무엇보다 공사기간을 단축시키면서 도시의 외연을 확장해 나갈 수 있게 됐다.
강철의 대량생산은 교량 건설에 획기적인 혁신을 가져왔다. 교량 건축의 주재료였던 목재나 돌 대신 강철 프레임을 사용하면서 곡선 형태의 구조물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흔들림을 완충하고 기둥과 기둥 사이의 간격을 늘리자 전체 교량의 길이가 늘어났다. 더욱이 현수구조, 커튼월 공법 등 건축공학의 거듭된 발전으로 철강을 이용한 고층건물의 설계가 수월해졌다. 아울러 유리가공기술이 발전하면서 19세기 초부터 거대한 판유리를 생산할 수 있었다. 중세 유럽을 대표하는 고딕 양식의 성당 내부를 장식한 스테인드글라스와 비교해 보면 유리가공기술의 혁신을 가늠해볼 수 있을 듯하다.
19세기 유리와 강철을 사용한 대표적인 건축물은 영국 런던에 세워진 수정궁이다. 수정궁의 실내 면적은 축구장 18개를 합쳐놓은 크기였다. 벽돌, 석재 등 전통적인 건축 소재를 쓰지 않고 유리와 강철 등 첨단 소재와 선구적인 설계공법이 축약된 건축물로 기술혁신의 상징이기도 했다.
건축물의 높이에 숨겨진 기술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엘리베이터 기술이다. 2,200년 전 아르키메데스가 시칠리아에 위아래로 이동이 가능한 기구를 최초로 만들었지만, 실제 높이의 건축을 실현할 만큼 안전성을 확보한 시기는 증기기관이 발명된 이후부터다. 엘리베이터 기술은 세로의 건축을 실현하는 한편,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바꾸기도 했다.

영국 런던 수정궁의 내부 모습

Culture Salon

철강과 유리,
세로의 건축을 실현하다

Life + Live

“자, 어서 도시를 세우고 그 가운데에 탑을 쌓자. 탑 꼭 대기가 하늘에 닿게 해 우리의 이름이 날려 흩어지지 않게 하자.”

『구약』 창세기 11장에 등장하는 바벨탑 건설에 얽힌 이야기의 일부다.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 돌 대신 벽돌을 쓰고 흙 대신 역청(천연 탄화수소 화합물 전체를 일컫는 말로 당시에는 송진이 유력함)을 사용해 단단하고 높은 건축물을 지었다. 신은 이를 자신에 대한 도전이라 여기고 인간들이 서로 다른 부족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하는 벌을 내려 뿔뿔이 흩어지게 했다는 게 이야기의 줄거리다.

박선욱 경남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출처 『퇴근길 인문학 수업 : 전진』

「구약」 창세기에 등장하는 바벨탑

문명의 탄생 후 인간의 역사는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실제 지었다고 전해지는 바벨탑은 세로의 건축을 시도한 첫 번째 사건으로 기억된다.
지난 2,000년 역사에서 종교 교리는 사회규범이자 가치관으로 굳어졌다. 따라서 근대 이전까지 높은 건물을 세우는 일은 신을 거역하는 행위로 간주되었다. 건축물이 권력의 상징이던 중세시대에 가장 높았던 건축물이 교회 첨탑 정도에 불과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본주의가 부활한 르네상스시대를 지나 과학기술 혁명과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산업혁명 이후부터 건축물은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변화의 물결은 건축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는데, 고전주의·양식주의·자연주의 및 구조주의 포스트모던·포퓰리즘 등의 사조들이 지나가면서 근대화로 넘어가게 된다. 상업과 교통, 그리고 물류의 발달로 인구가 몰리면서 도시가 빠른 속도로 팽창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공장, 대규모 상점, 물류창고 등 새로운 건물이 필요하게 됐고 금융과 행정 등 공공시설과 더불어 주택단지도 들어섰다.
사회 변화는 건축의 내용과 방법, 기술에도 변화를 가져왔고 용도와 기능에 맞는 건축물을 세울 수 있게 됐다. 과거와 달리 대형 건축물이 건설됐으며 빠른 속도로 산업화 도시를 형성하게 됐다. 시야에 들어올 정도의 차분하고 단정했던 높이와 면적에서 벗어나 더 크고 더 높은 건축물이 들어설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 것이다.
이의 일환으로 프랑스 파리에 세워진 300미터 높이의 에펠탑은 건축물의 세로 확장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파리 마르스 광장에 건설된 에펠탑은 당시 프랑스의 기술적 진보의 상징이 된 구조물로, 총 1만 톤에 달하는 철골로 세워졌다.

높이의 건축이 가능하게 된 데는 강철과 유리 등 재료공학적 기술 발전의 힘이 컸다. 이 두 가지는 현대건축의 구조와 형태를 실현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불순물을 제거하는 제강기술의 발달로 탄소를 줄인 강철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건축물 전면에 유리를 세우는 현대적 건축공법이 개발되면서 조립식 건설의 시대가 열렸다. 무엇보다 공사기간을 단축시키면서 도시의 외연을 확장해 나갈 수 있게 됐다.
강철의 대량생산은 교량 건설에 획기적인 혁신을 가져왔다. 교량 건축의 주재료였던 목재나 돌 대신 강철 프레임을 사용하면서 곡선 형태의 구조물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흔들림을 완충하고 기둥과 기둥 사이의 간격을 늘리자 전체 교량의 길이가 늘어났다. 더욱이 현수구조, 커튼월 공법 등 건축공학의 거듭된 발전으로 철강을 이용한 고층건물의 설계가 수월해졌다. 아울러 유리가공기술이 발전하면서 19세기 초부터 거대한 판유리를 생산할 수 있었다. 중세 유럽을 대표하는 고딕 양식의 성당 내부를 장식한 스테인드글라스와 비교해 보면 유리가공기술의 혁신을 가늠해볼 수 있을 듯하다.
19세기 유리와 강철을 사용한 대표적인 건축물은 영국 런던에 세워진 수정궁이다. 수정궁의 실내 면적은 축구장 18개를 합쳐놓은 크기였다. 벽돌, 석재 등 전통적인 건축 소재를 쓰지 않고 유리와 강철 등 첨단 소재와 선구적인 설계공법이 축약된 건축물로 기술혁신의 상징이기도 했다.
건축물의 높이에 숨겨진 기술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엘리베이터 기술이다. 2,200년 전 아르키메데스가 시칠리아에 위아래로 이동이 가능한 기구를 최초로 만들었지만, 실제 높이의 건축을 실현할 만큼 안전성을 확보한 시기는 증기기관이 발명된 이후부터다. 엘리베이터 기술은 세로의 건축을 실현하는 한편,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바꾸기도 했다.

영국 런던 수정궁의 내부 모습

2019-11-04T18:18:45+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