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rist

라오스에서 온 편지

Life + Live

라오스에서 온
편지

풍경보다

사람이 아름다운

나라

‘라오스’

앨리스가 꿈속에서 토끼굴에 떨어져 이상한 나라로 오게되면서 겪는 신기한 일들을 그린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다들 어릴 적 한 번쯤은 읽어 보셨을 거예요. 여행을 하다 보면 참 신기하고 이상한 경험을 할 때가 많아요. 현지인의 말도 안 되는 친절을 경험할 때가 바로 그런 순간 중 하나죠. 라오스는 여행 내내 참 이상한 나라였어요. 어쩜 그렇게 미소가 아름답고 사람들이 순박하죠. 닭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휴게소에서는 개구리 튀김을 파는, 왠지 오래전 우리 모습을 보는 듯해요. 그래서 더욱 이상한 가 봐요. 어, 어, 아직도 이런 나라가 있네 하고 말이죠. 라오스의 이상한 이야기 속으로 한라인들도 함께 들어가 봐요.

글·사진 김동우(여행 칼럼니스트)

방비엥 파응언 전망대에서 바라본 일몰

Tourist

라오스에서 온 편지

Life + Live

라오스에서 온
편지

풍경보다

사람이 아름다운

나라

‘라오스’

앨리스가 꿈속에서 토끼굴에 떨어져 이상한 나라로 오게되면서 겪는 신기한 일들을 그린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다들 어릴 적 한 번쯤은 읽어 보셨을 거예요. 여행을 하다 보면 참 신기하고 이상한 경험을 할 때가 많아요. 현지인의 말도 안 되는 친절을 경험할 때가 바로 그런 순간 중 하나죠. 라오스는 여행 내내 참 이상한 나라였어요. 어쩜 그렇게 미소가 아름답고 사람들이 순박하죠. 닭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휴게소에서는 개구리 튀김을 파는, 왠지 오래전 우리 모습을 보는 듯해요. 그래서 더욱 이상한 가 봐요. 어, 어, 아직도 이런 나라가 있네 하고 말이죠. 라오스의 이상한 이야기 속으로 한라인들도 함께 들어가 봐요.

글·사진 김동우(여행 칼럼니스트)

방비엥 파응언 전망대에서 바라본 일몰

01.
라오스 사람들에게 정중히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물으면
그들은 옅은 미소로 대답을 대신할 때가 많았다.

Dear. 한라인

라오스 여행 중 운 좋게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탔어요.
몇 시간을 달려 낯선 곳에 뚝 떨어지고 보니
방향감각이 없었어요.
골목을 헤매고 있는 저를 숙소 앞까지 데려다주는
따뜻한 사람을 만났어요.
숙소에 와 보니 온수기가 고장 났다고 했어요.
심호흡을 크게 하고 찬물로 샤워를 했어요.
한기에 덜덜 떠는 저를 보고
숙소 주인은 선한 미소와 함께 따뜻한 차를 내왔어요.
이 이야기처럼 가만히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 한구석에서 온기가 스미는,
라오스는 그런 특별하고 이상한 나라예요.


From. 김동우

옅은 미소로 시작된 라오스 여행
캄보디아에서 국경을 넘어 라오스로 갈 때였어요. 버스에서 내려 멀리 보이는 출입국장까지 배낭을 메고 걸었어요. 한담을 나누던 심사관이 본체만체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누르더군요. 그는 고압적 어투로 2달러를 달라고 했어요. 출국 심사에 1달러를 내는 것이 관례이지만 오후 4시를 넘겨 추가 금액을 내야 한다고 했어요. 못마땅한 표정으로 지갑을 열어 1달러 지폐 두 장을 내밀었죠. 심사관은 금고를 열었어요. 그 안엔 앞서간 사람들이 지갑에서 꺼내 들었을 1달러짜리 지폐가 어지럽게 담겨 있었어요. 이리저리 여권을 살피던 심사관은 선심 쓰듯 도장을 찍었어요. 그리곤 반원 구멍이 뚫린 유리창 너머로 여권을 던졌어요. 캄보디아를 빠져나오는 과정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어요.
배낭을 메고 길을 따라 라오스로 넘어가 도장을 받는게 다음 할 일이었어요. 라오스 국경 사무실에 도착해 여권을 내밀었어요. 손쉽게 15일짜리 무비자 도장을 받았죠. 물론 여기서도 2달러를 내야 했어요. 다른 게 있다면 옅은 미소와 함께 공손히 제 손에 여권이 전해졌다는 거죠. 선을 하나 넘었을 뿐이었는데 왠지 사람이 확 달라진 느낌이었어요.

(좌)02.
시판돈 돈콘섬에 살고 있는 동네 꼬마아이들이 황홀한 메콩강의
일몰 아래서 멱을 감고 있다.

(우)03.
메콩강은 ‘어머니의 강’이란 뜻을 갖고 있다. 강은 라오스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자 놀이터가 돼 준다.

04.
4,000개 섬이란 뜻을 가진 시판돈은 라오스 남쪽 끝에 자리하고 있다. 라오스 사람들의
여유 있는 삶과 넉넉한 미소를 가까이 볼 수 있는 장소다.

시판돈의 밤이 아름다운 이유
캄보디아에서 라오스로 넘어오면 13번 도로가 라오스를 남에서 북으로 이어요. 13번 도로의 시작은 4,000개의 섬이란 뜻의 시판돈부터죠. 메콩강은 라오스 남쪽에서 큰 몸부림을 치기라도 하듯 보석 같은 크고 작은 섬들을 만들어 놓았어요. ‘어머니의 강’이란 수식어처럼 섬을 포근하게 감싸 안는 메콩강, 그 주변에선 시간이 뒷짐을 지고 느린 걸음으로 걷는 것만 같아요.
캄보디아를 거쳐 라오스에 들어오자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고 있었어요. 메콩강은 어둠 속에서 하루의 열을 식히는 듯 고요했어요. 여행자들과 주민들이 한데 섞여 폭이 좁고 길쭉한 보트에 올랐죠. 작은 랜턴에 의지해 좌우로 휘청대는 보트 위에 살금살금 자리를 잡았어요. 잠시 뒤 엔진 소리가 정적을 깼어요. 배는 빛 한줄기에 의지해 천천히 물살을 갈랐죠. 선장은 랜턴을 이리저리 비추며 잘 보이지도 않는 그물을 피해 뱃길을 잡아 나갔어요. 그렇게 배는 20분쯤 강을 거슬러 먼저 돈뎃섬에 닿았어요. 시판돈에 있는 많은 섬 중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머물고 있는 장소죠. 그런 번잡스러움을 피해 돈뎃 섬과 마주 보는 돈콘섬에 숙소를 예약해 두었어요. 선장은 돈콘섬까지 툭툭을 이용해야 한다고 했어요. 잠시 뒤 군데군데 깨지고 파인 아주 낡은 툭툭을 타고 한 기사가 나타났어요. 낡은 툭툭은 울퉁불퉁한 길을 덜덜거리며 달리기 시작했어요. 밝은 조명이 거리를 비추고 있는 골목을 빠져 나오자 기사는 휴대전화 조명으로 앞을 비춰 달라고 했어요. 툭툭에 달린 조명은 세월 앞에 이미 노안이 온지 오래였어요. 기사는 휴대폰 조명에 의지해 빗물이 고여 있는 웅덩이와 불규칙하게 돌출된 돌부리를 피하기 바빴어요. 이 모습이 마치 술 취한 사람 같았죠.
작은 다리 앞에 툭툭이 멈춰 섰어요. 걸어서 다리를 건너 달라는 이야기였죠. 다리는 여러 겹의 나무로 덧대 놓았는데 차라리 걸어가는 게 마음 편해 보였어요.
다리를 건너자 마을을 완전히 빠져나온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놀라운 풍경이 펼쳐졌어요. 툭툭 주변으로 작은 LED 불빛 같은 게 몰려들더군요. 마치 길을 인도해주려는 모습이었어요. 기사는 놀라는 내게 “Fire fly”라고 외쳤어요. 길 양쪽으로 초롱거리는 반딧불이 무리가 툭툭을 호위하는 듯 나풀나풀 어둠을 수놓았죠.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니었어요.
마치 현실과 이상한 나라를 잇는 통로 어디쯤을 달리고 있는 듯한 황홀한 착각, 그리고 그 끝에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는 4,000개의 섬들. 목적지에 도착하자 기사는 ‘여기 참 신기하지’란 말을 하는 것 같은 웃음과 함께 손을 흔들었어요.

(좌)05.
작은 보트를 타고 꽁로 동굴을 둘러 보다 보면
다양한 종유석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우)06.
라오스의 젖줄 메콩강 풍경.

꽁로동굴, 절대 놓치면 안 될 여행지
메콩강 줄기를 따라 안온하게 자리 잡은 반꽁로 마을을 방문했어요. 이곳은 라오스에서 만난 풍경 중 가장 극적인 꽁로동굴이 있는 곳이에요. 배를 타고 칠흑 같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면 기상천외한 풍경과 맞닥뜨리는데 그 규모만도 보트로 2시간 정도 둘러봐야 하죠. 길이만 7km가 넘는 석회암 동굴은 신비 그 자체에요. 보트를 타고 어둠 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희미한 불빛이 보여요. 바로 다양한 형태의 종유석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에요.
여행 가이드북 론니플래닛은 ‘고대 그리스 수중세계에 필적할 만한 놀라운 존재를 발견하고자 한다면 꽁로동굴로 가라’고 썼는데, 라오스 하이라이트 여행지 2위에 이 동굴을 올려놓았을 정도에요. 실제로 이 동굴 체험은 정말 스릴 넘치는 모험으로 가득해요. 보트를 타고 어둠 속에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 자체만으로 잠시 탐험가가 된 듯한 느낌을 주니까요.
게다가 반꽁로 마을은 라오스에서 만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기도 해요. 걸음을 더할수록 오래된 사진 같은 장면들이 골목골목에 숨어 있는 그런 장소죠. 마을어귀에는 어김없이 넉넉한 메콩강이 자리 잡고 있어요. 가만히 자리를 잡고 강에서 몸을 식히는 물소 떼, 검게 그을린 팔뚝을 씰룩거리며 건져 올리는 그물, 집앞에서 멱을 감는 아이들, 강을 거스르거나 순응하며 어디론가 부산히 움직이는 배들, 그 옆 다리 위에서 용기를 뽐내며 강에 몸을 던지는 젊은이들… 이처럼 반꽁로 마을은 또 다른 극적인 장면으로 가득해요.
방비엥 최고의 뷰포인트에 올라 라오스의 아름다운 자연을 즐긴 다음 북으로 올라가면 수도 비엔티안이 나와요. 현지어로 ‘위앙짠’이라고 불리는 이 도시는 ‘백단향’ 또는 ‘달의 도시’란 뜻을 가지고 있어요. 도시 건설 당시 백단향 나무를 심어 경계를 표시한 게 유래란 주장과 조상들이 달에서 내려 왔다는 전설에서 온 이름이란 설이 있어요.
비엔티안은 지금보다 훨씬 큰 도시였어요. 그런데 1828년 태국인들의 침략을 받고 도시가 완전히 사라질 위기까지 가죠. 불행하게도 이 침략으로 도시가 두개로 쪼개졌는데 현재 메콩강을 사이에 두고 태국과 국경을 마주하게 된 아픈 역사의 시작이죠. 그런 곳이 프랑스 식민지가 되면서 도시 곳곳에 유럽식 건물들이 들어서고 또 한 번 변화를 겪어요.

07.
루앙프라방 올드타운을 걷다 보면 메콩강 주변에서 잡아 올린 물고기와
주민들이 농사지은 다양한 농작물을 볼 수 있다.

여행자들은 보통 비엔티안에서 방비엥으로 바로 가는 경우가 많아요. 방비엥은 한적한 고샅길이 이리저리 나 있는 시골 같아 보여요. 보는 것만으로도 더위를 식혀주는 쏭 강이 흐르는 풍경은 마치 중국의 계림을 닮은 것도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방비엥을 ‘라오스의 소계림’이라 불러요. 무엇보다 방비엥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블루라군’이란 다이빙 포인트로 더 잘 알려진 곳이죠. 탐 푸 캄 동굴 앞을 지나는 개천은 유독 푸른 물빛을 자랑해요. 나무 위에 올라 그 에메랄드빛 물속으로 몸을 던지는 장면은 방비엥의 상징과도 같아요.
방비엥은 워낙 한국 매체에 여러 차례 소개된 곳이라 마을 곳곳에 한글 간판이 유독 많이 눈에 띄어요. 그렇다고 숨은 명소가 없는 건 아니에요. 방비엥에 갔다면 파응언 전망대에 꼭 올라 보길 추천해요. 블루라군에서 멀지 않은 곳인데 30~40분 정도만 등산을 하면 방비엥이 왜 소계림으로 불리는지 그 답을 얻을 수 있어요. 탁 트인

산꼭대기 위에서 내려다본 방비엥 풍경
은 선뜻 산을 내려가지 못하게 할 정도로 드라마틱 해요. 드넓은 논과 석회암 산이 병풍처럼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풍경은 땀 흘린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죠.
세계문화유산 루앙프라방 조금 더 북쪽으로 가볼게요. 그러면 라오스의 고대 왕국 흔적과 불교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루앙프라방이 나오죠. ‘루앙’과 ‘프라방’은 각각 ‘큰’, ‘불상’이란 뜻이에요. 이 도시는 프랑스 식민지 시절 모습과 라오스의 전통이 가장 잘 버무려진 도시에요. 무엇보다 1995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최고의 여행지란 찬사를 받은 바 있어요.
루앙프라방은 참 볼거리가 많은 도시에요. 먼저 왕궁과 다양한 사원이 여행자의 이목을 끌어요. 올드타운 북쪽 메콩강변에 자리 잡은 ‘황금 도시의 사원’(왓 씨앙통) 등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전 라오스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시장 풍경이 너무 좋았어요.
메콩강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물고기와 산속 깊은 곳에서 채취한 죽순이며 각종 야채가 빙그레 미소 짓게 하더라고요. 또 걷다 보면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는 다양한 먹거리도 큰 즐거움이고요.
마지막으로 루앙프라방에서 절대 빼놓으면 안 되는 체험 하나 소개할게요. 바로 새벽 탁발 의식인데요, 탁발은 라오스 전역에서 이뤄지지만 유독 루앙프라 방의 행렬이 고풍스럽고 아름답기로 유명해요. 현지인들은 스님들이 지나가는 동선을 따라 무릎을 꿇고 앉아서 기다려요. 그럼 주황색 가사를 입은 스님 행렬이 지나가고 불자들은 조심스럽고 경건하게 발우에 밥 등을 공양하죠.
이 의식에 참여해 보면 아름다운 미소로 시작된 여정이 입이 딱 벌어지는 자연 풍경을 지나 경건하고 평화로운 안식으로 마무리되는 것 같아요.

(상)08.
루앙프라방은 라오스의 전통이 가장 잘 보존돼 있는 도시로
왕궁과 사원 등을 둘러 볼 수 있다.

(하)09.
루앙프라방의 새벽 탁발 의식은
유독 고풍스럽고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Travel Tip
라오스 여행은 건기가 시작되는 11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가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사원 출입 시 짧은 바지나 민소매 등의 옷은 삼가야 하고, 라오스 사람들은 신체 부위 중 머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어린아이라도 가급적이면 머리를 만지지 않는 것이 좋답니다.

01.
라오스 사람들에게 정중히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물으면
그들은 옅은 미소로 대답을 대신할 때가 많았다.

Dear. 한라인

라오스 여행 중 운 좋게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탔어요.
몇 시간을 달려 낯선 곳에 뚝 떨어지고 보니
방향감각이 없었어요.
골목을 헤매고 있는 저를 숙소 앞까지 데려다주는
따뜻한 사람을 만났어요.
숙소에 와 보니 온수기가 고장 났다고 했어요.
심호흡을 크게 하고 찬물로 샤워를 했어요.
한기에 덜덜 떠는 저를 보고
숙소 주인은 선한 미소와 함께 따뜻한 차를 내왔어요.
이 이야기처럼 가만히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 한구석에서 온기가 스미는,
라오스는 그런 특별하고 이상한 나라예요.


From. 김동우

옅은 미소로 시작된 라오스 여행
캄보디아에서 국경을 넘어 라오스로 갈 때였어요. 버스에서 내려 멀리 보이는 출입국장까지 배낭을 메고 걸었어요. 한담을 나누던 심사관이 본체만체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누르더군요. 그는 고압적 어투로 2달러를 달라고 했어요. 출국 심사에 1달러를 내는 것이 관례이지만 오후 4시를 넘겨 추가 금액을 내야 한다고 했어요. 못마땅한 표정으로 지갑을 열어 1달러 지폐 두 장을 내밀었죠. 심사관은 금고를 열었어요. 그 안엔 앞서간 사람들이 지갑에서 꺼내 들었을 1달러짜리 지폐가 어지럽게 담겨 있었어요. 이리저리 여권을 살피던 심사관은 선심 쓰듯 도장을 찍었어요. 그리곤 반원 구멍이 뚫린 유리창 너머로 여권을 던졌어요. 캄보디아를 빠져나오는 과정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어요.
배낭을 메고 길을 따라 라오스로 넘어가 도장을 받는게 다음 할 일이었어요. 라오스 국경 사무실에 도착해 여권을 내밀었어요. 손쉽게 15일짜리 무비자 도장을 받았죠. 물론 여기서도 2달러를 내야 했어요. 다른 게 있다면 옅은 미소와 함께 공손히 제 손에 여권이 전해졌다는 거죠. 선을 하나 넘었을 뿐이었는데 왠지 사람이 확 달라진 느낌이었어요.

(좌)02.
시판돈 돈콘섬에 살고 있는 동네 꼬마아이들이 황홀한 메콩강의
일몰 아래서 멱을 감고 있다.

(우)03.
메콩강은 ‘어머니의 강’이란 뜻을 갖고 있다. 강은 라오스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자 놀이터가 돼 준다.

04.
4,000개 섬이란 뜻을 가진 시판돈은 라오스 남쪽 끝에 자리하고 있다. 라오스 사람들의
여유 있는 삶과 넉넉한 미소를 가까이 볼 수 있는 장소다.

시판돈의 밤이 아름다운 이유
캄보디아에서 라오스로 넘어오면 13번 도로가 라오스를 남에서 북으로 이어요. 13번 도로의 시작은 4,000개의 섬이란 뜻의 시판돈부터죠. 메콩강은 라오스 남쪽에서 큰 몸부림을 치기라도 하듯 보석 같은 크고 작은 섬들을 만들어 놓았어요. ‘어머니의 강’이란 수식어처럼 섬을 포근하게 감싸 안는 메콩강, 그 주변에선 시간이 뒷짐을 지고 느린 걸음으로 걷는 것만 같아요.
캄보디아를 거쳐 라오스에 들어오자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고 있었어요. 메콩강은 어둠 속에서 하루의 열을 식히는 듯 고요했어요. 여행자들과 주민들이 한데 섞여 폭이 좁고 길쭉한 보트에 올랐죠. 작은 랜턴에 의지해 좌우로 휘청대는 보트 위에 살금살금 자리를 잡았어요. 잠시 뒤 엔진 소리가 정적을 깼어요. 배는 빛 한줄기에 의지해 천천히 물살을 갈랐죠. 선장은 랜턴을 이리저리 비추며 잘 보이지도 않는 그물을 피해 뱃길을 잡아 나갔어요. 그렇게 배는 20분쯤 강을 거슬러 먼저 돈뎃섬에 닿았어요. 시판돈에 있는 많은 섬 중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머물고 있는 장소죠. 그런 번잡스러움을 피해 돈뎃 섬과 마주 보는 돈콘섬에 숙소를 예약해 두었어요. 선장은 돈콘섬까지 툭툭을 이용해야 한다고 했어요. 잠시 뒤 군데군데 깨지고 파인 아주 낡은 툭툭을 타고 한 기사가 나타났어요. 낡은 툭툭은 울퉁불퉁한 길을 덜덜거리며 달리기 시작했어요. 밝은 조명이 거리를 비추고 있는 골목을 빠져 나오자 기사는 휴대전화 조명으로 앞을 비춰 달라고 했어요. 툭툭에 달린 조명은 세월 앞에 이미 노안이 온지 오래였어요. 기사는 휴대폰 조명에 의지해 빗물이 고여 있는 웅덩이와 불규칙하게 돌출된 돌부리를 피하기 바빴어요. 이 모습이 마치 술 취한 사람 같았죠.
작은 다리 앞에 툭툭이 멈춰 섰어요. 걸어서 다리를 건너 달라는 이야기였죠. 다리는 여러 겹의 나무로 덧대 놓았는데 차라리 걸어가는 게 마음 편해 보였어요.
다리를 건너자 마을을 완전히 빠져나온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놀라운 풍경이 펼쳐졌어요. 툭툭 주변으로 작은 LED 불빛 같은 게 몰려들더군요. 마치 길을 인도해주려는 모습이었어요. 기사는 놀라는 내게 “Fire fly”라고 외쳤어요. 길 양쪽으로 초롱거리는 반딧불이 무리가 툭툭을 호위하는 듯 나풀나풀 어둠을 수놓았죠.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니었어요.
마치 현실과 이상한 나라를 잇는 통로 어디쯤을 달리고 있는 듯한 황홀한 착각, 그리고 그 끝에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는 4,000개의 섬들. 목적지에 도착하자 기사는 ‘여기 참 신기하지’란 말을 하는 것 같은 웃음과 함께 손을 흔들었어요.

(좌)05.
작은 보트를 타고 꽁로 동굴을 둘러 보다 보면
다양한 종유석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우)06.
라오스의 젖줄 메콩강 풍경.

꽁로동굴, 절대 놓치면 안 될 여행지
메콩강 줄기를 따라 안온하게 자리 잡은 반꽁로 마을을 방문했어요. 이곳은 라오스에서 만난 풍경 중 가장 극적인 꽁로동굴이 있는 곳이에요. 배를 타고 칠흑 같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면 기상천외한 풍경과 맞닥뜨리는데 그 규모만도 보트로 2시간 정도 둘러봐야 하죠. 길이만 7km가 넘는 석회암 동굴은 신비 그 자체에요. 보트를 타고 어둠 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희미한 불빛이 보여요. 바로 다양한 형태의 종유석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에요.
여행 가이드북 론니플래닛은 ‘고대 그리스 수중세계에 필적할 만한 놀라운 존재를 발견하고자 한다면 꽁로동굴로 가라’고 썼는데, 라오스 하이라이트 여행지 2위에 이 동굴을 올려놓았을 정도에요. 실제로 이 동굴 체험은 정말 스릴 넘치는 모험으로 가득해요. 보트를 타고 어둠 속에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 자체만으로 잠시 탐험가가 된 듯한 느낌을 주니까요.
게다가 반꽁로 마을은 라오스에서 만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기도 해요. 걸음을 더할수록 오래된 사진 같은 장면들이 골목골목에 숨어 있는 그런 장소죠. 마을어귀에는 어김없이 넉넉한 메콩강이 자리 잡고 있어요. 가만히 자리를 잡고 강에서 몸을 식히는 물소 떼, 검게 그을린 팔뚝을 씰룩거리며 건져 올리는 그물, 집앞에서 멱을 감는 아이들, 강을 거스르거나 순응하며 어디론가 부산히 움직이는 배들, 그 옆 다리 위에서 용기를 뽐내며 강에 몸을 던지는 젊은이들… 이처럼 반꽁로 마을은 또 다른 극적인 장면으로 가득해요.
방비엥 최고의 뷰포인트에 올라 라오스의 아름다운 자연을 즐긴 다음 북으로 올라가면 수도 비엔티안이 나와요. 현지어로 ‘위앙짠’이라고 불리는 이 도시는 ‘백단향’ 또는 ‘달의 도시’란 뜻을 가지고 있어요. 도시 건설 당시 백단향 나무를 심어 경계를 표시한 게 유래란 주장과 조상들이 달에서 내려 왔다는 전설에서 온 이름이란 설이 있어요.
비엔티안은 지금보다 훨씬 큰 도시였어요. 그런데 1828년 태국인들의 침략을 받고 도시가 완전히 사라질 위기까지 가죠. 불행하게도 이 침략으로 도시가 두개로 쪼개졌는데 현재 메콩강을 사이에 두고 태국과 국경을 마주하게 된 아픈 역사의 시작이죠. 그런 곳이 프랑스 식민지가 되면서 도시 곳곳에 유럽식 건물들이 들어서고 또 한 번 변화를 겪어요.

07.
루앙프라방 올드타운을 걷다 보면 메콩강 주변에서 잡아 올린 물고기와
주민들이 농사지은 다양한 농작물을 볼 수 있다.

여행자들은 보통 비엔티안에서 방비엥으로 바로 가는 경우가 많아요. 방비엥은 한적한 고샅길이 이리저리 나 있는 시골 같아 보여요. 보는 것만으로도 더위를 식혀주는 쏭 강이 흐르는 풍경은 마치 중국의 계림을 닮은 것도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방비엥을 ‘라오스의 소계림’이라 불러요. 무엇보다 방비엥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블루라군’이란 다이빙 포인트로 더 잘 알려진 곳이죠. 탐 푸 캄 동굴 앞을 지나는 개천은 유독 푸른 물빛을 자랑해요. 나무 위에 올라 그 에메랄드빛 물속으로 몸을 던지는 장면은 방비엥의 상징과도 같아요.
방비엥은 워낙 한국 매체에 여러 차례 소개된 곳이라 마을 곳곳에 한글 간판이 유독 많이 눈에 띄어요. 그렇다고 숨은 명소가 없는 건 아니에요. 방비엥에 갔다면 파응언 전망대에 꼭 올라 보길 추천해요. 블루라군에서 멀지 않은 곳인데 30~40분 정도만 등산을 하면 방비엥이 왜 소계림으로 불리는지 그 답을 얻을 수 있어요. 탁 트인

산꼭대기 위에서 내려다본 방비엥 풍경
은 선뜻 산을 내려가지 못하게 할 정도로 드라마틱 해요. 드넓은 논과 석회암 산이 병풍처럼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풍경은 땀 흘린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죠.
세계문화유산 루앙프라방 조금 더 북쪽으로 가볼게요. 그러면 라오스의 고대 왕국 흔적과 불교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루앙프라방이 나오죠. ‘루앙’과 ‘프라방’은 각각 ‘큰’, ‘불상’이란 뜻이에요. 이 도시는 프랑스 식민지 시절 모습과 라오스의 전통이 가장 잘 버무려진 도시에요. 무엇보다 1995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최고의 여행지란 찬사를 받은 바 있어요.
루앙프라방은 참 볼거리가 많은 도시에요. 먼저 왕궁과 다양한 사원이 여행자의 이목을 끌어요. 올드타운 북쪽 메콩강변에 자리 잡은 ‘황금 도시의 사원’(왓 씨앙통) 등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전 라오스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시장 풍경이 너무 좋았어요.
메콩강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물고기와 산속 깊은 곳에서 채취한 죽순이며 각종 야채가 빙그레 미소 짓게 하더라고요. 또 걷다 보면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는 다양한 먹거리도 큰 즐거움이고요.
마지막으로 루앙프라방에서 절대 빼놓으면 안 되는 체험 하나 소개할게요. 바로 새벽 탁발 의식인데요, 탁발은 라오스 전역에서 이뤄지지만 유독 루앙프라 방의 행렬이 고풍스럽고 아름답기로 유명해요. 현지인들은 스님들이 지나가는 동선을 따라 무릎을 꿇고 앉아서 기다려요. 그럼 주황색 가사를 입은 스님 행렬이 지나가고 불자들은 조심스럽고 경건하게 발우에 밥 등을 공양하죠.
이 의식에 참여해 보면 아름다운 미소로 시작된 여정이 입이 딱 벌어지는 자연 풍경을 지나 경건하고 평화로운 안식으로 마무리되는 것 같아요.

(상)08.
루앙프라방은 라오스의 전통이 가장 잘 보존돼 있는 도시로
왕궁과 사원 등을 둘러 볼 수 있다.

(하)09.
루앙프라방의 새벽 탁발 의식은
유독 고풍스럽고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Travel Tip
라오스 여행은 건기가 시작되는 11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가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사원 출입 시 짧은 바지나 민소매 등의 옷은 삼가야 하고, 라오스 사람들은 신체 부위 중 머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어린아이라도 가급적이면 머리를 만지지 않는 것이 좋답니다.

2019-08-02T12:41:37+09:00